카디쾨이 모다 해안 산책로와 노스탤지어 트램으로 즐기는 하루
유럽 지구의 화려한 궁전들도 아름답지만, 15년 넘게 이 도시에 살며 제가 가장 아끼는 시간은 해 질 녘 카디쾨이의 낡은 트램에 몸을 싣는 순간입니다. 어제 오후 5시 30분쯤, 저는 평소처럼 카디쾨이의 상징인 ‘황소 동상(Altıyol)’ 근처에서 T3 노스탤지어 트램에 올라탔습니다. 이스탄불카트를 단말기에 갖다 댈 때 들리는 경쾌한 신호음과 약 20TL(약 0.40유로)의 소박한 요금은 이 여정이 주는 가장 큰 해방감 중 하나입니다. 술탄아흐메트의 인파에 치여 피로해진 마음이 이 오래된 트램의 느릿한 속도에 맞춰 천천히 가라앉는 것을 느낍니다.
카디쾨이와 모다 지역은 단순히 ‘아시아 지구’라는 이름으로 묶기엔 너무나 다채로운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좁은 골목마다 숨어있는 독립 서점들, 6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젤라토 가게 ‘알리 우스타(Ali Usta)’ 앞에 길게 늘어선 현지인들의 줄, 그리고 그 골목 끝에서 만나는 모다 해안 산책로의 탁 트인 전망까지. 가끔 주말 오후의 모다는 지나치게 붐벼 여유를 찾기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길거리에서 파는 갓 구운 시미트 하나를 손에 들고 해안가 바위에 앉아보세요.

바다 위를 건너 아시아의 심장, 카디쾨이로 가는 길
이스탄불에서 카디쾨이로 향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지하철이 아닌,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르는 페리를 타는 것입니다. 에미뇌뉘(Eminönü)나 베식타시(Beşiktaş) 선착장에서 페리에 몸을 싣는 순간, 단순한 이동은 20분간의 짧은 크루즈 여행으로 변합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갈매기에게 줄 시미트 한 조각을 준비하세요. 15년을 이 도시에 살았지만, 페리 난간에 기대어 멀어지는 구시가지의 미나레트를 바라보는 시간은 여전히 제게 가장 소중한 일상입니다.
카디쾨이와 모다를 완벽하게 즐기는 5단계 방법
이스탄불의 로컬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다음의 순서에 따라 카디쾨이와 모다를 탐방해 보세요.
- 페리로 보스포루스 건너기: 에미뇌뉘 또는 베식타시 선착장에서 카디쾨이(Kadıköy)행 페리에 탑승하여 약 20분간 바다 위 전경을 감상하세요.
- 이스탄불카르트 충전하기: 카디쾨이 선착장에 내린 후, 광장에 있는 노란색 충전기(Biletmatik)에서 트램 이용을 위한 잔액을 넉넉히 충전하세요.
- T3 노스탤지어 트램 탑승하기: 카디쾨이 시장 입구 근처 정류장에서 빨간색 구형 트램에 올라타 바하리예 거리를 거쳐 모다 언덕까지 이동하세요.
- 모다의 명물 아이스크림 맛보기: 모다(Moda)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인근의 ‘알리 우스타(Ali Usta)‘에서 피스타치오나 카이막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보세요.
- 해안 산책로에서 노을 감상하기: 모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모다 찻집’이나 바닷가 바위에 앉아 마르마라해 위로 지는 노을을 즐기세요.
보스포루스가 선사하는 20분의 마법
페리는 카디쾨이 여행의 예고편과 같습니다. 배가 카디쾨이 선착장에 가까워질수록 유럽 지구의 고전적인 분위기는 사라지고,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아시아 지구의 에너지가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만약 퇴근 시간대에 페리를 탄다면 엄청난 인파에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그 소란스러움이야말로 진짜 이스탄불의 활기니까요. 줄이 너무 길어 앉을 자리가 없다면, 차라리 갑판 위 서서 가는 자리를 택하세요. 하이다르파샤 역의 웅장한 자태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집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여러분을 맞이하는 것은 왁자지껄한 수산 시장의 풍경입니다. 본격적인 탐방에 앞서, 입구 근처에서 15년 거주민 Baran가 추천하는 카디쾨이 반나절 미식 투어: 아시아 지구의 진짜 맛을 찾아서 정보를 미리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잊지 마세요, 이스탄불카르트(Istanbulkart) 충전
카디쾨이 선착장에 발을 내딛는 즉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스탄불카르트 잔액 확인입니다. 선착장 바로 앞에 노란색 충전기(Biletmatik)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우리는 잠시 후 카디쾨이의 명물인 ‘노스탤지어 트램’을 탈 예정인데, 이 트램은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며 오직 카드로만 탑승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T3 노스탤지어 트램 이용법
카디쾨이의 상징인 빨간색 T3 노스탤지어 트램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이 지역의 낭만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트램은 카디쾨이 선착장에서 출발해 쇼핑의 중심지인 바하리예 거리를 지나 조용한 모다 언덕을 한 바퀴 도는 순환 노선으로 운영됩니다.
약 15~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이 트램의 요금은 25 TL(약 0.5 EUR) 내외로 매우 저렴합니다. 본격적인 산책 전에 겉바속촉의 정석: 15년 거주자 Baran이 꼽은 이스탄불 최고의 라흐마준과 피데 맛집에서 배를 채우고 트램에 오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Baran’s Insider Tip:
트램 맨 뒷자리에 앉아보세요. 곡선 구간을 돌 때 모다의 좁고 예쁜 골목 풍경을 사진에 담기에 가장 좋은 각도가 나옵니다.
모다의 골목길에서 만나는 달콤한 휴식
모다에 도착했다면 고민할 것 없이 **‘메슈르 돈두르마지 알리 우스타(Meşhur Dondurmacı Ali Usta)‘**로 향해야 합니다. 1969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이곳의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것은 필수입니다. 아이스크림 2개 스쿱의 가격은 약 150 TL(약 3 EUR) 정도입니다.
알리 우스타에서 꼭 맛봐야 할 추천 메뉴
- 피스타치오 (Fıstıklı): 터키 가지안테프산 피스타치오의 진한 맛이 일품입니다.
- 카이막 (Kaymak): 우유의 순수한 풍미와 쫀득한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체리 (Vişne): 상큼한 맛이 일품이라 여름철 더위를 쫓기에 좋습니다.
모다 찻집(Moda Çay Bahçesi)에서 바라보는 마르마라해의 노을
모다 찻집은 이스탄불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사치스러운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명소입니다. 이곳에서 **터키 차(Çay) 한 잔의 가격은 단돈 40 TL(약 0.8 EUR)**입니다. 찻잔을 손에 쥐고 바다 건너편을 바라보면, 구시가지 술탄아흐메트의 미나레트들이 만드는 환상적인 실루엣이 눈에 들어옵니다.

카디쾨이 및 모다 여행 FAQ
모다 해안 산책로를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언제인가요?
해질녘부터 밤까지가 모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골든 타임입니다. 밤이 되면 바닷가 바위에 걸터앉아 맥주 한 캔을 즐기는 현지인들의 낭만이 시작됩니다. 근처 가게에서 시원한 음료를 사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앉아보세요. 저도 지난주 금요일 밤 8시쯤 이곳에 있었는데, 버스킹 음악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이스탄불에서 가장 평화로운 순간을 보냈습니다.
노스탤지어 트램(T3)을 탈 때 방향을 잘못 잡으면 어떡하죠?
카디쾨이와 모다를 잇는 T3 트램은 ‘루프(Loop)’ 형태의 순환 노선입니다. 따라서 방향을 잘못 잡아도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니 걱정하지 마세요. 요금은 약 20~25 TL 내외로 매우 저렴하며, 한 바퀴를 다 돌아도 20분이면 충분합니다. 좁은 골목을 지나는 빈티지한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이스탄불의 정취를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
모다 찻집에 자리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모다 찻집은 인기가 많아 바다가 보이는 명당을 잡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자리가 없다면 당황하지 말고 찻집 바로 옆 해안 산책로의 바위에 걸터앉아 보세요. 길거리에서 파는 갓 구운 시미트와 차 한 잔을 테이크아웃해서 즐기면, 찻집 테이블보다 훨씬 더 가깝고 생생하게 마르마라해의 파도 소리와 붉게 물드는 노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진짜 이스탄불을 만나는 모다에서의 갈무리
이스탄불에서 나고 자란 제게 모다는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호흡을 고르는 거대한 거실 같은 곳입니다. 술탄아흐메트의 유적들이 이스탄불의 위대한 과거를 말해준다면, 모다의 좁은 골목과 해안가는 이 도시 사람들의 가장 솔직하고 따뜻한 현재를 보여줍니다.
이곳을 여행할 때는 구글 맵의 도착 예정 시간에 집착하지 마세요. 대신 10분마다 한 대씩 느릿하게 굴러오는 노스탤지어 트램(T3)의 덜컹거리는 소리에 박자를 맞춰보시기 바랍니다. 40TL(0.80유로)짜리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쥐고 마르마라해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이스탄불의 진짜 심장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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