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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겔쾨이의 600년 넘은 나무 아래서 쉬어가는 아시아 지구 해안 마을 산책로와 베일레르베이 방문 팁

첼겔쾨이의 600년 넘은 나무 아래서 쉬어가는 아시아 지구 해안 마을 산책로와 베일레르베이 방문 팁

유럽 지구의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이게 정말 내가 꿈꾸던 이스탄불인가?”라는 회의감이 들 때면, 저는 말없이 위스퀴다르(Üsküdar)행 페리에 올라탑니다. 에미뇌뉘(Eminönü) 선착장에서 단돈 몇 리라로 보스포루스의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20분만 건너오면 공기부터가 달라지거든요. 화려한 쇼케이스 같은 관광지가 아니라, 진짜 이스탄불 사람들이 퇴근 후 숨을 고르고 주말을 보내는 소중한 거실 같은 마을, 바로 베일레르베이(Beylerbeyi)와 첼겔쾨이(Çengelköy)입니다.

지난주 수요일 오후 3시쯤, 저는 첼겔쾨이의 상징인 ‘치나랄트(Çınaraltı)’ 카페의 600년 된 거대한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앉아 있었습니다. 이곳은 자리를 잡는 게 꽤 치열한 눈치 싸움이지만, 바다 바로 앞 명당보다는 나무 몸통 근처 그늘이 의외로 회전율이 빠릅니다. 근처 빵집에서 갓 구운 시미트(Simit) 한 봉지를 사 들고 들어와 15리라짜리 따뜻한 차 한 잔을 주문해 곁들이면, 비싼 호텔 조식 부럽지 않은 로컬의 행복이 완성되죠.

베일레르베이 궁전은 돌마바흐체의 ‘작은 동생’쯤으로 여겨지며 가끔 일정에서 밀려나곤 하지만, 화려함에 지친 눈에는 오히려 이 아담하고 우아한 여름 별장이 훨씬 매력적입니다. 다만, 월요일에는 문을 닫으니 저처럼 월요일 아침에 호기롭게 나섰다가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애꿎은 길고양이만 쓰다듬고 돌아오는 실수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스탄불에서 15년을 보낸 저조차 가끔은 이 도시의 속도에 지치지만, 아시아 지구의 해안 산책로를 걷다 보면 어느새 다시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여름 술탄의 휴양지, 베일레르베이 궁전의 우아한 시작

유럽 지구의 돌마바흐체 궁전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대한 과시용 대저택이라면, 아시아 지구의 베일레르베이 궁전은 술탄의 진정한 취향이 반영된 세련된 여름 별장입니다. 돌마바흐체의 끝없는 복도에 지쳐본 경험이 있는 여행자라면, 이곳의 작지만 밀도 높은 화려함에서 훨씬 큰 만족감을 느끼실 겁니다. 술탄 압뒬라지즈가 해외 귀빈들을 모시기 위해 지은 이 공간은 프랑스의 유제니 황후가 이곳의 창문 디자인을 본떠 자신의 침실을 고쳤을 정도로 서구 엘리트들에게도 ‘우아함의 정석’으로 통했습니다.

푸른 보스포루스 해협을 마주보고 서 있는 웅장한 베일레르베이 궁전의 전체적인 전경입니다.

다만, 매표소 앞에서 외국인 입장료가 약 30유로(1,500 TL) 내외라는 안내를 보면 “별장 하나 보는 데 이 가격이 맞나?” 싶은 의구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어느 화요일 오전 9시 45분, 개관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제 앞에는 현지 학생 단체객 15명이 줄을 서 있더군요. 10분 정도 기다려 입장권을 샀는데, 30유로라는 가격이 적힌 영수증을 보니 손이 살짝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궁전 내부의 화려한 샹들리에와 보스포루스 해협의 푸른 물결이 거울처럼 비치는 바닥을 마주하는 순간, 그 불만은 금세 사그라듭니다. 입장료가 부담스럽다면 방문 전 이스탄불 여행 현금 환전과 카드 결제 비율 및 구역별 환전소 이용법을 미리 확인하여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곳의 백미는 단연 바다와 맞닿은 정원입니다. 제가 지난달 이곳을 방문했을 때, 바닷바람을 맞으며 정원 난간에 기대어 서니 머리 위로 보스포루스 대교가 거대한 위용을 뽐내며 지나가더군요. 19세기의 오토만 양식 궁전과 21세기의 거대한 철교가 한 프레임에 담기는 이 압도적인 시야는 이스탄불에서도 오직 베일레르베이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베일레르베이에서 첼겔쾨이까지: 바다 향기 머금은 15분의 산책

걷기 좋은 길이라는 개념이 이스탄불에서는 가끔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베일레르베이 궁전에서 첼겔쾨이까지 이어지는 이 15분 남짓한 코스는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궁전 정문을 나와 왼쪽(북쪽)으로 방향을 틀면, 보스포루스 해협의 짠 내음과 이스탄불의 진짜 일상이 섞인 묘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보스포루스 해변에 위치한 베일레르베이 자미의 아름다운 외관과 민트색 바다가 조화를 이룹니다.

좁은 인도와 이스탄불식 보행법

이 구간의 유일한 단점은 인도가 ‘있다 없다’를 반복한다는 점입니다. 어느 순간 발 디딜 곳이 사라져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이때가 바로 현지인 모드로 전환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겁먹지 말고 차의 흐름을 마주 보며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뚜벅뚜벅 걸으세요. 지난달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베일레르베이 선착장 근처에서 바다 사진을 찍다가 헐거워진 보도블록을 밟아 신발 한쪽이 젖어버렸습니다. 15년을 살았어도 이 동네 낡은 길 앞에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는 걸 배운 100리라짜리 교훈이었죠.

낡아서 더 아름다운 ‘얄리(Yalı)’ 관찰하기

길을 걷다 보면 바다에 바짝 붙어 있는 오래된 목조 저택, **얄리(Yalı)**들을 만나게 됩니다.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귀한 몸들이지만, 자세히 보면 페인트가 벗겨지고 나무가 뒤틀린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이 동네의 멋이죠. 반짝이는 새 건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이런 고즈넉함은 부유카다의 인파를 피해 숲길과 바다를 즐기는 현지인 산책 코스와 페리 탑승 팁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와도 닮아 있습니다.

첼겔쾨이의 심장, 600년 된 플라타너스 아래 ‘차이나르알트’

진정한 첼겔쾨이를 느끼고 싶다면 다른 화려한 카페는 다 잊고 이곳, **‘타리히 첼겔쾨이 차이나르알트(Tarihi Çengelköy Çınaraltı)‘**로 곧장 향해야 합니다. 600년이라는 세월을 견딘 거대한 플라타너스 나무가 지붕처럼 드리워진 이곳은 단순한 찻집을 넘어 이 동네의 영혼이나 다름없습니다. 화려한 인테리어는 없지만, 코앞에서 찰랑이는 보스포루스 바닷물과 머리 위를 덮은 묵직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만으로도 이미 완벽한 공간입니다.

아시아 지구 해안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베일레르베이 선착장 모습입니다.

이곳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터키에서도 보기 드문 **‘외부 음식 반입 허용’**이라는 쿨한 로컬 룰입니다. 제가 지난 화요일 오전 9시 30분에 방문했을 때도, 이미 명당인 바닷가 좌석은 동네 어르신들과 부지런한 여행자들로 가득 차 있었죠. 사람들은 근처 빵집에서 사 온 봉툿가루를 펼쳐놓고 여유롭게 아침을 즐깁니다. 단, 음료는 반드시 여기서 주문해야 합니다. 터키 홍차(Çay) 한 잔에 약 50 TL 정도로, 이 가격에 보스포루스 1열 관람권을 얻는 셈이니 그야말로 가성비 넘치는 사치입니다.

주말 오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벼 서비스가 다소 느려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럴 땐 바다를 오가는 페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기다림조차 이스탄불식 휴식의 일부니까요. 조금 더 깊이 있게 이 도시의 숨겨진 면모를 탐험하고 싶다면 [투어] 시간이 멈춘 골목을 걷다: 15년 거주자 Baran이 안내하는 추쿠르주마 골동품 & 페라 비밀 통로 투어를 통해 골목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첼겔쾨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맛

첼겔쾨이에 와서 보스포루스 해협의 경치만 보고 돌아간다면, 그건 미식가로서의 직무 유기나 다름없습니다. 이곳은 이스탄불 현지인들에게 ‘입이 즐거운 동네’로 통하거든요.

아삭함의 결정체, 첼겔쾨이 오이

이 동네의 이름을 딴 **첼겔쾨이 오이(Çengelköy salatalığı)**는 터키 전역에서 최고로 칩니다. 일반 오이보다 크기가 작고 단단하며, 껍질이 얇아 씹었을 때의 그 청량한 ‘아삭’ 소리가 예술이죠. 요즘도 노점에서 50TL 정도면 싱싱한 오이를 한 가득 맛볼 수 있습니다. 씨가 적고 향이 진해,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이스탄불의 봄이 퍼지는 기분을 느끼실 겁니다.

첼겔쾨이식 브런치의 정석: 보레크와 차의 조화

첼겔쾨이 산책의 하이라이트는 ‘치나랄트(Çınaraltı)’ 찻집에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진짜 현지인처럼 즐기려면 근처 유명 빵집에서 **보레크(Börek)**를 미리 사 가야 합니다. 저는 주로 아침 10시쯤 골목 안쪽의 노포에 들러 갓 나온 시금치 보레크나 치즈 보레크를 넉넉히 삽니다. 찻집 입구에서 “외부 음식 반입인가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곳은 외부 음식을 가져와 차(Çay)와 함께 즐기는 것이 오랜 전통이자 문화거든요.

아시아 지구 산책을 위한 실전 방문 팁 FAQ

이스탄불의 아시아 지구를 산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언제 가느냐’**입니다.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낭만적인 해안 산책이 아니라 아스팔트 위에서 매연과 싸우는 고행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위스퀴다르에서 첼겔쾨이까지 어떻게 가는 게 가장 효율적인가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위스퀴다르 선착장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15번 계열 버스를 타는 것입니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의 긴 줄을 보면 한숨부터 나올 겁니다. 지난번 제가 퇴근 시간에 버스를 기다리다 지쳐 택시를 탔을 때, 첼겔쾨이까지 약 150 TL 정도 나왔습니다. 기사님께 **‘사히일 욜루(Sahil yolu, 해안로)‘**로 가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바다를 보러 왔는데 아파트 단지만 보다 내릴 순 없으니까요.

주말에 방문해도 여유로운 산책이 가능할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주말의 첼겔쾨이는 교통 체증 그 자체입니다.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에 버스와 자가용이 뒤엉켜 1km를 가는데 30분이 걸리는 기적을 맛보게 될 겁니다. 제 추천은 무조건 평일 오후입니다. 오후 2시쯤 베일레르베이 궁전을 관람하고, 4시쯤 첼겔쾨이로 넘어와 600년 된 나무 아래 자리를 잡는 것이 가장 완벽한 동선입니다.

산책을 마치며

화려한 베일레르베이 궁전의 금박 장식에 감탄하다 보면 목이 뻐근해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 호사스러움도 이스탄불의 한 단면이겠지만, 저는 여러분이 궁전을 나와 첼겔쾨이의 좁은 골목을 따라 조금 더 걸어보셨으면 합니다. 결국 우리 기억 속에 가장 진하게 남는 건 완벽하게 보존된 유물이 아니라, 600년 된 플라타너스 나무가 만들어주는 서늘한 그늘과 코 끝을 스치는 짠 내 섞인 바닷바람이니까요.

이스탄불 아시아 지구 첼겔쾨이 해안 마을 너머로 무지개가 뜬 아름다운 전경입니다.

지난주 화요일 오후 4시쯤, 저는 첼겔쾨이의 ‘치나랄트(Çınaraltı)’ 카페 가장 구석진 바다 앞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 옆 테이블의 노신사는 신문을 읽다 말고 지나가는 페리를 멍하니 바라보더군요. 이곳에선 그 누구도 시계를 보며 재촉하지 않습니다. 차 한 잔에 50리라면 이 장엄한 고목 아래서 이스탄불의 진짜 속도를 누릴 수 있습니다. 여행 가이드북의 체크리스트를 지워나가는 숙제 같은 여행은 이제 그만두세요. 이스탄불은 그렇게 정복하는 도시가 아니라, 첼겔쾨이의 낡은 나무 의자에 기대어 서서히 스며드는 곳입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카메라 렌즈 너머가 아니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 너머로 이 도시의 느긋한 영혼을 마주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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