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 성벽의 흔적을 따라 예디쿨레에서 사마티아까지 걷는 해안 마을 산책로와 방문 팁
술탄아흐메트의 북적이는 인파를 뒤로하고 마르마라이(Marmaray) 열차에 몸을 실으면, 불과 15분 만에 이스탄불의 전혀 다른 공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예디쿨레(Yedikule) 역에 내려 웅장한 비잔틴 성벽 앞에 섰을 때 느껴지는 그 서늘하고도 묵직한 기운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지난주 화요일 오후 2시경, 저는 1,600년의 세월을 견딘 이 성벽의 입구에서 150TL(약 3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요새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고요한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마르마라해의 윤슬은 비잔틴 제국의 황제들이 보았을 그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다만, 이곳을 방문하실 때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성벽의 계단은 현대적인 안전 기준과는 거리가 멀어 매우 가파르고 표면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멋진 사진을 위해 굽이 높은 신발을 신으셨다면 큰 낭패를 보실 수 있으니, 반드시 접지력이 좋은 운동화를 신으시길 권합니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이스탄불의 역사가 선사하는 낭만이 순식간에 고행으로 변할 수 있으니까요.
예디쿨레 요새에서 나와 성벽의 그림자를 이정표 삼아 사마티아(Samatya)까지 걷는 길은 제가 이스탄불에서 가장 아끼는 산책로 중 하나입니다. 좁은 골목마다 형형색색의 빨래가 널려 있고, 동네 할아버지들이 카페 앞에 앉아 연신 차이(Çay)를 마시는 풍경은 화려한 랜드마크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골목 끝에서 사마티아 광장의 신선한 생선 요리 냄새가 코끝을 스칠 때쯤이면, 여러분은 이 도시가 숨겨둔 진짜 속살을 발견했다는 확신을 얻게 될 것입니다.
천년의 침묵이 흐르는 요새, 예디쿨레 독수리 요새의 위용
예디쿨레 요새는 이스탄불에서 가장 압도적인 역사의 무게를 견뎌온 장소이자, 도시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고독을 마주할 수 있는 곳입니다. 수많은 관광객이 술탄아흐메트의 화려한 사원에 몰릴 때, 진정한 이스탄불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 이들은 이곳 테오도시우스 성벽의 끝자락으로 향합니다.

황제의 영광이 머물던 ‘황금의 문’과 대조되는 고요
한때 비잔틴 황제들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당당히 입성했던 **황금의 문(Porta Aurea)**을 마주하면 그 웅장함에 압도됩니다. 지금은 세월의 풍파로 벽돌이 채워져 막혀 있지만, 성벽의 일부로 남아 있는 이 문은 천년 제국의 자존심 그 자체였지요. 제가 지난달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 거대한 성채 사이로 불어오는 마르마라해의 바람을 맞으며 텅 빈 성벽 안뜰을 거닐었습니다.
지난 3월, 제가 황금의 문 근처에서 길을 헤매고 있을 때 한 현지 노인이 다가와 무심하게 손가락으로 ‘벨그라드 카프(Belgrad Kapı)’ 방향을 가리켜주더군요. 덕분에 구글 지도만 믿고 30분이나 돌아갈 뻔한 길을 단 5분 만에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 제국의 심장부로 통하던 가장 화려한 통로가 지금은 이토록 고요한 침묵 속에 잠겨 있다는 사실이 묘한 전율을 줍니다. 만약 이런 숨겨진 역사의 뒷이야기에 매료되셨다면, 이스탄불의 지붕 위를 걷다: 15년 거주자 Baran이 안내하는 올드 시티 비밀 한(Han) 투어를 통해 도시의 또 다른 이면을 탐험해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마르마라해를 품은 성채의 풍경과 실전 방문 정보
예디쿨레 요새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입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성채 꼭대기에 올라서면, 푸른 마르마라해와 끝없이 이어진 테오도시우스 성벽의 장대한 라인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풍경은 이스탄불 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보적인 파노라마입니다. 현재 입장료는 약 500 TL (10 EUR) 수준입니다. 다만 터키의 박물관 정책은 예고 없이 변경되는 경우가 잦으니, 현금과 카드를 모두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Baran’s Insider Tip: 예디쿨레 요새의 계단은 매우 가파르고 안전바가 없는 구간이 많습니다. 슬리퍼보다는 접지력이 좋은 신발을 신고, 어린이를 동반할 경우 각별히 주의하세요.
성벽 아래의 삶, 도시 농원 보스탄(Bostan)을 지나며
테오도시우스 성벽 아래 펼쳐진 **보스탄(Bostan)**은 이스탄불이 가진 가장 위대한 ‘살아있는 유산’이라고 확신합니다. 거대한 비잔틴 시대의 성벽이 웅장함을 뽐내는 동안, 그 발치에서는 수천 년 전과 다름없이 흙을 일구는 농부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회색빛 거대한 돌벽과 그 아래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자라나는 상추, 파, 무의 초록빛을 보고 있으면 이 도시가 단순히 과거에 멈춰 있는 유적지가 아니라, 여전히 숨 쉬고 먹고사는 삶의 터전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도시 농업의 현장
이곳 보스탄은 로마 시대부터 도시의 식량을 공급하던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현대의 이스탄불은 1,6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로 변했지만, 성벽 아래의 풍경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롭습니다. 지난주 화요일 오후 2시쯤, 저는 벨그라드 문(Belgrad Gate) 인근의 밭에서 한 농부 어르신이 갓 수확한 적무 한 단을 정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한 흙 내음이 코끝을 찌르더군요. 갓 수확한 신선한 채소 한 뭉치가 단돈 50 TL(1 EUR) 내외면 충분할 정도로 소박한 거래가 지금도 이곳에서 일어납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산책을 위한 제언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며 느낀 사실은 이 구간이 전형적인 관광 코스가 아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적이 드물고 길이 다소 거칠어 여성 혼자 혹은 밤늦게 걷기에는 불안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해가 떠 있는 낮 시간대(오후 4시 이전)에 방문하시고, 가급적 마음 맞는 동행과 함께 걷는 것을 권합니다. 고요한 성벽 길을 걷다 보면 이따금 마주치는 현지인들의 무심한 눈인사조차 이 여행의 특별한 일부가 될 것입니다.
사마티아: 시간이 멈춘 다문화의 보고
사마티아(Samatya)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이스탄불이 수백 년간 지켜온 공존의 가치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박물관 밖의 박물관’입니다. 예디쿨레 성벽을 뒤로하고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공기의 질감이 달라지는데, 그곳이 바로 과거 그리스인들과 아르메니아인들이 어깨를 맞대고 살아가던 옛 이름 ‘프사마티아’의 입구입니다.

세월의 향기가 배어있는 광장과 골목길
사마티아 광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대를 풍미했던 터키 드라마 **‘에킨지 바하르(İkinci Bahar)‘**의 향수가 밀려옵니다. 오후 3시경, 해가 서서히 기울 때쯤 광장 근처 베이커리에서 풍겨 나오는 갓 구운 빵 냄새를 맡아보세요. 제가 즐겨 찾는 한 베이커리에서는 단돈 50 TL(약 1 EUR)이면 이스탄불에서 가장 고소한 참깨 빵을 맛볼 수 있습니다.
사마티아는 특히 해가 저물 무렵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광장을 둘러싼 오래된 식당들에서 라크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이스탄불 특유의 낭만이 완성됩니다. 만약 이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정통 술 문화를 더 깊이 경험하고 싶다면, 이스탄불의 푸른 밤, 메이하네 투어: 15년 거주자 Baran이 안내하는 진짜 를 통해 진짜 현지의 맛을 느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사마티아에서 꼭 경험해야 할 5가지
- 사마티아 광장(Samatya Square)의 노천 카페: 드라마 촬영지의 흔적을 찾으며 현지인들의 일상을 관찰하기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그리스 정교회(Agios Nikolaos): 비잔틴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 지역 그리스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고요한 평화를 선사합니다.
- 수르프 게보르크 아르메니아 교회(Surp Kevork): ‘술루 마나스트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아르메니아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서 깊은 곳입니다.
- 오후 3시의 베이커리 산책: 갓 구운 빵의 풍미와 함께 골목길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기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 생선 시장 근처의 작은 메이제(Meze) 식당: 마르마라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습니다.
예디쿨레에서 사마티아까지 실전 도보 가이드
이 코스는 이스탄불의 화려한 겉모습보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제가 가장 추천하는 길입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아진 덕분에 이제는 여행자들도 어렵지 않게 이 역사의 현장에 발을 들일 수 있습니다. 처음 이스탄불에 도착해 이스탄불 공항에서 시내까지 상황별 최적의 이동 수단과 예상 비용을 고민하셨던 분들이라면, 시내에 짐을 푼 뒤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어 이 도보 여행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효율적인 이동 경로와 소요 시간
총 거리 약 2.5km, 소요 시간은 사진 촬영을 포함해 2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주의할 점은 이곳의 보도블록입니다. 수백 년 된 성벽 주변은 바닥이 고르지 않은 돌길이 많습니다. 저는 예전에 멋을 낸답시고 바닥이 얇은 로퍼를 신고 나갔다가 1시간 만에 발바닥에 불이 나는 고생을 했습니다. 이후로는 무조건 밑창이 두꺼운 운동화만 고집하게 되었죠.
5단계 도보 여행 How-To
- 마르마라이(Marmaray) 예디쿨레역에서 하차하세요.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조용한 현지 분위기가 여행의 시작을 알립니다.
- 예디쿨레 요새(Yedikule Dungeons)를 먼저 방문하세요. 요새 입장료는 보통 10유로(약 500 TL) 안팎입니다.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압권입니다.
- 성벽을 오른쪽에 끼고 사마티아 방향으로 이동하세요. 큰 길보다는 성벽의 흔적을 따라 걷는 것이 훨씬 운치 있습니다.
- 골목길의 현지인들과 눈 인사를 나누어 보세요. 실제 거주 지역이라 아이들이 축구를 하거나 노인들이 차(Çay)를 마시는 정겨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 사마티아 광장의 메제 레스토랑에서 마무리하세요. 걷느라 허기진 배를 달래기엔 사마티아의 신선한 해산물 요리가 최고입니다.
산책의 마무리는 사마티아의 메제와 생선 요리로
예디쿨레의 거친 성벽길을 걷고 난 뒤, 사마티아 광장에 도착해 마시는 첫 잔의 **라크(Rakı)**는 이 산책의 완벽한 보상입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술탄아흐메트와 달리, 이곳은 진짜 이스탄불 사람들이 하루의 시름을 잊기 위해 찾는 정겨운 아지트이기 때문입니다.
사마티아 광장 주변의 식당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맛의 깊이가 다릅니다. 지난 화요일 저녁 7시경, 제가 자주 가는 단골집에 앉아 구운 고등어 냄새를 맡으며 서빙되는 메제를 보는데, 역시 ‘진짜 이스탄불은 여기구나’ 싶더군요. 식사 비용은 술을 포함해 1인당 약 1,0001,500 TL(약 2030 EUR) 정도를 예상하시면 됩니다. 만약 좀 더 캐주얼한 해산물 식사를 원하신다면, 카라쾨이 수산시장 골목에서 실패 없이 고등어 케밥과 신선한 해산물을 즐기는 법을 참고해 보세요.
가끔 호객 행위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럴 때는 당황하지 마세요. 가볍게 목례하며 “테셰퀴르 에데림(감사합니다)“이라고 말하고 미리 점찍어둔 식당으로 바로 향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사마티아 미식 가이드
| 메뉴 항목 | 추천 종류 및 특징 | 예상 가격 (TL/EUR) |
|---|---|---|
| 선택형 메제 (3~4종) | 하이다리, 쾨포을루, 파술리예 | 450 |
| 제철 생선 구이 | 농어(Levrek) 또는 돔(Çupra) | 550 |
| 라크(Rakı) | 2인 기준 35cl 병 기준 | 850 |
Baran’s Insider Tip: 사마티아 광장의 ‘Ali Haydar İkinci Bahar’ 레스토랑은 인기가 많아 주말 저녁에는 예약이 필수입니다. 평일 점심에 방문하면 비교적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습니다.
예디쿨레의 묵직한 성벽 그늘에서 시작해 사마티아의 활기찬 생선 시장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제가 가장 아끼는 산책로입니다. 화려한 아야 소피아가 이 도시의 ‘왕관’이라면, 이 골목들은 이스탄불의 ‘심장’과도 같습니다. 수천 년 된 돌덩이 사이로 빨래가 널려 있고, 아이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은 박물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살아있는 역사의 숨결이죠.
제가 지난주 화요일 오후 4시쯤 사마티아 광장의 한 작은 카페에 앉아 있을 때였습니다. 옆 테이블의 노신사가 건네준 따뜻한 ‘차이(Çay)’ 한 잔을 마시며 깨달았습니다. 결국 여행자를 미소 짓게 하는 건 정교한 모자이크 벽화보다, 낯선 이에게 스스럼없이 자리를 내어주는 현지인의 투박한 친절이라는 것을요. 참고로 이곳 광장의 작은 식당에서 즐기는 신선한 고등어 샌드위치는 약 150TL(3유로) 정도면 충분합니다.
사마티아의 식당가는 저녁이 되면 현지인들로 매우 붐벼 예약 없이는 자리를 잡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당황하지 말고 골목 안쪽의 더 작은 ‘메이하네(Meyhane)‘를 찾아보세요. 이스탄불을 15년 넘게 탐험해 온 제가 장담하건대, 예디쿨레의 고요함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사마티아의 소란함 속에서 이웃을 만나는 이 경험은 그 어떤 기념품보다 값질 것입니다. 진짜 이스탄불은 웅장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함께 걸었던 이 평범하고도 특별한 골목길에 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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